오늘 공덕역 근처 중고장터에서 예기치 않게 득템을 하고 나서 ㅋㅋ
8천원짜리 가방이 너무 마음에 들어 사진까지 찍어 올리고, 요리조리 살펴보다
thrift store (중고물품 가게)에 대한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ㅋㅋ
(아 요즘 맨날 추억에 잠겨 사네 ㅋㅋ)
2008년 - 09년 캐나다 교환학생 기간, 여러가지 면에서 시야가 넓어졌지만
대략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캐나다의 "사회주의적인 면모"에 "반해버린" 기간이었다 ㅎㅎ
나의 개인적인 견해로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국가 중에서도 "더 더" 자본주의 국가인 것 같은데 ㅋㅋ (말이 이상하지만 무슨 의미인지는 전달이 될 듯 ㅎㅎ)
누군가는 자본주의의 중심인 미국보다도 더 자본주의적인 곳이 한국이라고 하기도 했으니...
그런 한국에 비추어 캐나다 사회는 다분히 "사회주의적"인 것 같다. 한국에 비해 고소득자에게 매기는 세율도 높고, "성장"보다는 "평등한 분배"에 역점을 두는..
"장애인과 노인의 나라"라고 불리기도 할 정도로 복지가 강하고, 소위 말하는 meritocracy(번역하자면 "실력주의" 정도이지만 원어의 고유한 느낌이 있어서..)도 별로 없고...
(일례로 우리나라에서는 전국 1등이라면 서울대 의대, 서울대 법대 등 진학하는 것이 당연해 보이지만 캐나다 1등은 반드시 토론토대에 가야 한다거나 그런 느낌이 별로 없었다.)
암튼 캐나다는 참 사회주의적이구나 라는 인상을 더 짙게 해 준 것 중 하나가
동네마다 꼭 한두군데씩은 찾아볼 수 있는 thrift store였다.
(유럽에도 많이 있나 모르겠네. 모스크바랑 페테르부르크에서는 못 본 것 같은데...)
Anyways,
대부분 가게 규모도 꽤 크고, 구비해놓은 물건들의 질도 아주 좋아서,
벤쿠버, 빅토리아, 스쿼미시 등등 어딜 갈 때마다 꼭꼭 그 동네에 있는 thrift store들 구경을 다녔다.
(하루는 벤쿠버에 있는 thrift store 서너군데를 하루종일 돌아다닌 기억도 난다 ㅋㅋ)
그리고 물건의 질에 비해 가격이 정말, 정말정말 싸다!!!
멀쩡한 옷이나 신발, 가방 같은 것들이 3,4불 정도 밖에 안한다. 아직 포장도 뜯지 않은 새 스타킹 가격이 한 켤레에 30~40 센트 정도 밖에 안해서 막 한 묶음을 사온 적도 있었다 ㅋㅋ
근데 하루는 재클린 케네디에 대한 책을 읽다 발견한 것이 ㅡ 캐나다 못지 않게 미국에서도 thrift store가 발달해있다고! 재클린 케네디는 매우 세련된 패션으로 유명한만큼 수많은 고급 아이템들을 소장했었는데, 그 중 많은 수가 뉴욕 등의 thrift store들로 넘어갔다고 했다.
즉 thrift store 숫자가 많은만큼 그 안에서도 클래스가 나뉘어서,
재클린 케네디 급의 유명인사들이 쓰다가 넘긴 고가의 물건들을 취급하는 가게들이 따로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맥락의 구제 매장들이 있긴 하지만
내가 알기로 미국/캐나다 등지의 thrift store보다 할인율이 낮고,
좋은 질의 중고물품을 저가로 구입해서 "절약"을 꾀하는 목적보다는
"명품"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수단으로서의 성격이 강한 것 같다.)
2012년 5월 뉴욕 여행을 갈 때, 이 점을 흥미롭게 생각하고 ㅡ 뉴욕 시내 유서 깊은 thrift store들을 돌아다니면서 취재 + 기사를 써볼까 했더니 미국인 친구가 꽤 신선하고 좋은 아이디어라고 적극 찬성했던 것이 생각난다.
(thrift store 기사랑 무역센터 관련 기사 중에 뭐가 더 좋을까, 물어보니 전자가 훨씬 낫다고. 무역센터 관련 기사는 확실히 진부한 느낌이니깐..
But 뉴욕에 도착한 직후 스벅에서 아프카니스탄 주둔 경력이 있는 예비역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곧 완공을 앞둔 두번째 무역센터 건물 구경을 갔다가 참 복잡(?)하면서도 강한 인상을 받아.... 나는 그냥 진부한 주제로 돌아와버림 ㅎㅎㅎ)
암튼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thrift store에 관해서 심도있게 알아볼 수 있는 기회는 그렇게 놓쳐버렸지만
2009년, 10년, 11년 한 해 한 해가 다르게 한국에서도, 서울에서도 ㅡ 비슷한 성격의 마켓?들이 많이 보여서 너무너무너무 좋다.
사실 thrift store 성격의 상설 매장인 <아름다운 가게>는 꽤 예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규모나 숫자 면에서 많이 작은 것 같고
홍대 등에 위치한 오브젝트는 thrift store처럼 중고물품을 체계적으로 현금 판매하지는 않고 "물물 교환" 방식으로 운영을 한다.
(실제로 몇 번 교환을 해봄! xD)
요즘 뉴스나 페북 포스트 등을 보면 홍대 근처/ 연남동 등에서 일종의 마켓 형태로 이따금 열리는 것 같고..
정형돈과 지드래곤이 찾았던 동묘 벼룩시장은 아마 역사가 좀 있겠지??
오늘 갔던 공덕 늘장은 그렇게 오래돼 보이진 않았는데...
암튼 서울에서도 상설 매장으로 ㅡ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추고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ㅡ 더 나아가 수십년, 수백년의 역사를 만들어 나가는 thrift store들이 많으면 정말정말 좋겠다.
사실 수백만원 내지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명품들은
(가격에 거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질 자체가 정말 좋아서,
관리만 잘하면 할머니가 엄마에게, 엄마가 딸에게 물려주면서 입고, 걸치고 할 수 있는 물건들이 많다(고 한다 ㅋㅋ 경험은 음슴 ㅎㅎ)
그런 물건들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thrift store들이 많아지면
양질의 제품들을 더 오랫동안 소비하고, 여러가지 면에서 물자 절약도 되고 참 꿩먹고 알먹고 일 것 같은데...ㅋㅋ
운 좋으면 뉴욕의 오래된 thrift store에서 재클린 케네디의 구두를 (매우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여!) 살 수 있는 것처럼,
서울에서 이영애가 썼던 명품 가방을 저가에 살 수 있다거나 하면 뭔가 재밌기도 하고 좋을 것 같당...~
'무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전생에 영국 여자 (0) | 2014.10.12 |
---|---|
사노라면 언젠가는 (0) | 2014.10.12 |
화투는 마음으로 치는 거야, 마음! (0) | 2014.10.12 |
아무 의미도 없는 거야 (0) | 2014.10.12 |
세상을 모르는 사람, 세상을 너무 잘 아는 사람 (0) | 2014.1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