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회사 동기가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직접적으로 아는 사람도 아닌데 충격적이었다. 신문을 통해 비슷한 사례들을 왕왕 접하기는 하지만 한 다리 건너라도 직접적으로 들으니... 그 부모님의 심정은 어떨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그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그 분은 심정적으로 얼마나 코너에 몰리셨던 걸까...
일의 전후관계는 정확히 모르지만 대강은 알 것도 같다. 한국에서 대다수의 직장인들이 어떤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지 아니까. 취직하기 전에는 취직을 하고 나면 그래도 살만하겠지 싶지만 취직하고 나서도 계속 되는 사내 경쟁, 정치, 실적 압박, 높은 업무 강도, 인원 감축의 공포, 자기 계발의 압박, 이직 준비... 고연봉의 회사는 아니지만 그럭저럭 "얇고 길게" 다닐 수 있는 회사 같아 "그래도 넌 괜찮지 않아?" 물어보면 "우리 회사도 최근에 직원들 수십명 정리했어." 삼성, 현대 계열사 등 우리나라에서 절대 "망할 리 없어보이는" 회사들을 다니는 친구들은 그나마 나아보이는 것 같기도 하지만 ㅡ 그네들도 이른바 "사오정"으로 요약되는 정리해고의 공포나 일방적인 순환보직으로 인한 경력 관리의 실패 등은 큰 고민인 듯.
한국에서 이놈의 직장은 들어가도 문제, 안 들어가도 문제. 이제 평균 수명도 늘어서 대학 졸업하고서도 대강 반세기는 살아야 하는데, 50년이나 되는 긴 시간을 이렇게 맨날 쫓기듯이 종종거리며 살아야 하나?...
암튼 누구든.. 결국 먹고 살자고 하는 일 땜에 그런 극단적인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 그놈의 구조적인 문제 타령하기도 지겹고 그래도 아주 조금씩, 천천히나마 나아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희망적으로 생각해보려 하지만.. 그런 말도 안되는 상상 가끔 한다, 과거 우리나라의 동학농민운동이나 프랑스 혁명 같이 평범한 사람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나서 뒤집어 엎는 상상. 쥐도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하는데.. 근데 노암 촘스키는 "지식인의 역할은 민중을 소극적이고 순종적이며 무지한 존재로 만드는 데 있다"고 하였고 "언론기관과 홍보기관은 순간적으로 유행하는 소비재와 같이 천박한 것에 집착하는 인생관을 노동자들에게 심어주면서 장시간 노동을 기꺼이 수용하도록 만들고, 타인에 대한 연민, 타인과의 연대 등과 같은 위험한 생각을 잊게 만들었다"고 하였으니... 그런 상상은 역시 그저 말도 안되는 상상에 그치는 것 같고..
언뜻 주워들은 건데, 문명과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류의 노동시간은 오히려 훨씬 늘어났다는 연구 내용 같은 게 있었던 것 같다. 사냥을 하고 채집을 하며 생계를 꾸렸던 원시시대에는 일단 배부르고 등 따수우면 배깔고 자고, 들판 뛰어다니면서 놀고 그냥 그러지 않았을까? 근데 인터넷 덕분에 단 몇초도 걸리지 않아 지구 반대편 사람과도 소통을 할 수 있는 놀라운 기술을 보유하고도, 대다수의 현대 직장인들은 수면 부족, 여가 부족, 시간 부족 ㅡ 만성적인 시간 부족. 바쁘고 바쁘고 또 바쁘다. 너무 바빠서 내 정신 상태가 안녕한지 확인도 못하다가 허무하게 가버릴만큼...
친구한테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헉, 그런 일이 있었어? 하고 말아버릴 줄 알았는데 나도 정확한 이유를 모르겠지만 자꾸 맴돌면서 내 마음까지 덩달아 쓸쓸해진다. 솔직히 나는 그 정도까지 코너에 몰리지 않았다는게 한편으로 감사했는데, 이런 식으로 감사해도 되는 건가 너도 참 너 밖에 모른다 싶기도 하고. 니가 그럼 뭘 할 수 있는데 지 하나 제대로 건사하기도 바쁘면서, 콧방귀가 나오기도 하고.
괜히 혼자 마음이 복잡한데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두 손 모아 기도라도 하는 수 밖에...... 그 부모님의 마음, 위로해주세요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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