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내가 더 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을 거 같은.."

alicia87 2014. 10. 12. 04:39




<아내가 결혼했다>

<내 아내의 모든 것>과 더불어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만드는 영화.
이 영화를 굉장히 감명깊게 봤는데, 인터넷에 찾아보니 예상 외로 혹평이 많아서 놀랐다. 혹평의 대부분은 동시에 두 남자와 결혼생활을 유지하려고 하는 여주인공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내용. ("완전 미친x 아냐?" 이런 반응 ㅋㅋ)

그런데 영화의 전체적인 내용을 "상징적으로" 받아들이면 
주인아의 행보가 꼭 말이 안되는 것만은 아니다.

내 개인적인 해석으로 주인아의 두번째 남편(극중 주상욱 분)은 
문자 그대로 "새로운 남자"가 아니라 그녀가 지키고 싶어하는 스스로의 "자아"인 것 같은데.. 

일례로 덕훈(첫번째 남편)이 주인아에게 
"(두번째 남편) 어디가 그렇게 좋디?"라고 묻자 
"나랑 닮았어, 쌍둥이 같이. 그래서 편해. 
그 사람을 보면.. 미래가 보여. 
지금보다 내가 더 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을 거 같은.. 그런 미래. 
우린 정말 닮았기 때문에.."
이런 식의 대답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덕훈과의 결혼 생활 후 알게 모르게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주인아..
그런데 경주에서 자신이 진정 원하던 일을 하다보니 잃어버린 자아 ㅡ 영화에서는 두번째 남편으로 상징되는 ㅡ 를 찾게 되었다.. 이런 해석이 가능한 것 같다.

본래 하루가 머다하고 사람들과 술자리에서 어울리고,
정해진 한 군데의 직장이 아닌 새로운 곳으로 옮겨 다니며 일하는 프로그래머.
"나는 절대 결혼 같은 것 하지 않고 집시처럼 살고 싶다"며
심지어 "객사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던 그녀가

덕훈과의 결혼 후에는 시댁의 제사를 살뜰이 챙기며 며느리 노릇을 야무지게 해내고
남편인 덕훈에게는 언제나 사랑스러운 아내로, 똑부러진 주부로 살림을 도맡아 한다.
(덕훈이 맞바람을 피우기 시작한 후,
주인아가 널고 있던 빨래를 빼앗아 대신 널어주는 장면이 있는데
이때 주인아가 "웬일이냐"는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보아
평소 웬만한 집안 살림은 그녀가 도맡아 해왔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남편이 두 명이니 아이의 돌잔치도 두 번을 하게 되는데,
이때 덕훈과 치르는 돌잔치 그리고 재경과 치르는 돌잔치의 분위기가 판이하게 다르다. 
(덕훈 쪽은 전통적인, 재경 쪽은 현대적인 분위기.)

주인아가 재경과 훨씬 많은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음을 감안해볼 때,
덕훈과의 돌잔치에서는 자신의 취향과 선택권을 상당히 포기하였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즉 주인아는 한국 사회에서 결혼 후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누군가의 아내 혹은 어머니로 밖에 살아갈 수 없는 많은 여성들을 대표하며,

그녀가 두번째 남편과 결혼한다는 설정은 잃어버린 자신을 되찾기 위한 다소 도발적인 행보를 상징하는 것 같다.

덕훈과 주인아, 재경 이 세 사람의 평화로운 공존 체제는
덕훈이 주인아 & 재경의 돌잔치에서 깽판(?)을 치면서 무너지게 되는데
이는 그가 주인아만의 독립적인 영역 내지 자아를 무시하고 침해하면서 그녀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주인아가 사라져버린 후 
덕훈과 재경은 둘이 만나 술도 마시고, 축구도 하면서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가까워지게 되는데
이는 덕훈이 재경으로 상징되는 주인아의 자아를 비로소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영화의 엔딩은 덕훈과 주인아, 재경이 딸아이와 함께 스페인에서 축구를 관람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다같이 즐겁게 웃고 몸을 흔들어대면서 경기를 관람하는 것으로 보아 마침내 "다같이 즐기는 축구"가 완성된 것이 아닌가... 하는 나만의 해석 ㅋㅋ (볼라레~~~ 오오~~~ 깐따레~~ 오오오오~~)

즉 이 영화는 단순히 "손예진이 예쁘게 나오는 영화"가 아니며
"주인아라는 미친x 캐릭터가 단지 손예진의 미모로 인하여 용서가 되는 영화"는 더더욱 아니다 ㅋㅋㅋ

매우 심오한 메세지가 있다규~!!! x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