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화투는 마음으로 치는 거야, 마음!

alicia87 2014. 10. 12. 05:15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 참으로 오묘하고 알쏭달쏭한 것 같다!

어제는 <타짜2>를 보고, 내친 김에 <타짜1>도 다시 보고
오늘은 그 여파 때문인지 애거사 크리스티의 <테이블 위의 카드>를 읽었다.

<타짜1>에서 아귀는 "도박판에서 또다른 도박을 벌이는" 인물로 묘사되는데,
일례로 상대가 도박판에서 "구라"를 치게끔 유도한 다음 그것을 잡아내어
결론적으로는 상대를 역관광시키는 짓을 한다.
(대표적으로 고광렬이 당함.)

그러한 술수로 평경장, 짝귀와 더불어 전국 3대 타짜로 불리는만큼 
심리전에 있어 거의 최고의 경지에 이르렀다 하겠으나...

고니는 아귀의 그러한 수법을 "역구라"로 눌러버린다.
(아귀의 예상과 달리 고니는 정마담에게 장땡을 주지 않았고,
이에 놀란 아귀는 "왜 정마담한테 사쿠라를 줬을까.." 계속 읊조리면서 고민한다.

이 대목에서 고니의 심리전이 아귀보다 한 수 위라는 것이 드러나는데,
고니는 아귀의 심리를 정확히 간파하고 이용했지만
아귀는 눈 앞에 벌어진 일을 보고서도 상황 파악을 못하기 때문이다.)

<타짜2>에서는 고광렬이 대길에게 
"백날 손기술만 연습하면 뭐하냐! 화투는 마음으로 치는 거야, 마음!!"이라고 소리지르며 
"타짜는 패를 읽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이다"라고 하는데, 
이또한 화투를 치는 데 있어 심리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잘 나타내주는 것 같다.

오늘 읽은 <테이블 위의 카드>에서는 등장 인물들이 카드 게임(브리지)을 하는데,
살인범을 잡을 물증이 전무한 상태에서 ㅡ 포와로는 브리지 게임 당시 작성된 점수표와, 게임 중 상황에 대한 증언을 바탕으로 범인을 잡아낸다. 참가자들의 플레이 성향과 필적 등을 통해 그들의 심리 상태를 알 수 있고, 이를 살인범의 심리 상태와 비교하여 가장 유사한 이가 범인이라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논리는 밴 다인이 쓴 "카나리아 살인사건"에도 등장한다.)

화투, 카드 게임 등 도박판은 인생의 축소판이라고들 하며, 
바로 그런 이유에서 <타짜>나 <신의 한 수> 같은 도박 영화들이 수많은 관중들에게 어필하는 것일텐데..

여러 편의 도박 영화들과, 도박을 소재로 한 추리소설에서 강조하듯이 ㅡ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또 가장 다루기 어려운 것이 "마음"인 것 같다. 

나 자신과 타인의 "마음"을 읽어내는 것
나 자신의 "마음"을 통제하는 것

결국 처세술을 비롯하여 인생을 사는 모든 지혜가 
이 두 가지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나 자신의 마음도, 타인의 마음도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는 통찰력을 갖고 싶고

나 자신의 마음을 합리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의지와 지혜를 갖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