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추
리트 기출 문제 등을 부지런히 풀면서 짬짬히 자소서 + 면접 준비를 위한 경력 되새김질? 반추?를 시도하고 있다 ㅎㅎ
2012년 4월 말 즈음이었나.. 캐나다 전문대에서 저널리즘을 한 학기 공부한 후
뉴욕 여행 중 나름대로 이런저런 취재활동? 끝에 911테러 + 아프가니스탄 파병 + 당시 진행 중이던 세계무역센터 재건 과정에 대한 이야기들을 버무려 기사?를 썼다. 사실 제대로 된 기사라고 하기에는 부끄럽지만, 나름대로 그 한 편의 글을 작성하기 위해 진행한 과정들에서 얻은 것이 많은 것 같다. 가령, 내가 거의 두시간 가량 인터뷰를 했던, 아프가니스탄 주둔 경험이 있는 미국인 예비역은 야밤에 운전을 하며 가던 중 카불에서 탈리반의 습격을 받아, 자신의 바로 옆자리의 전우가 총에 맞아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것을 보았던 것을 나에게 생생하고 세밀하게 설명해주었다. 그는 운좋게 살아남아 그 전우의 가족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사망소식을 전해야했는데, 그때의 통화 내용을 나에게 다시 이야기해주는 것조차 무척 괴로운 듯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을 경험한 그의 입장에서는 자연히 탈리반에 대하여 사무치는 원한 감정을 가질 법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가니스탄의 순박하고 무고한 민간인들에 대해서는 탈리반과 철저하게 구분지어 생각하고, 그들 역시 탈리반의 희생자임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설명해주는 현명함을 보여주었다. 리트 문제들을 풀다보면 최고선이니, 도덕이니, 정의니 하는 단어들이 지겹도록 되풀이되며, 수천년의 역사상 그러한 주제들을 가지고 가장 뛰어나다고 하는 철학자들, 지식인들이 사색과 연구, 갑론을박을 거듭한 과정들을 계속 접하게 되는데, 플라톤이니 헤겔이니 하는 철학자들의 책들을 읽고 그 심오하고 형이상학적인 개념들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ㅡ 나로써는 지금 현 상황에서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조리, 부정의, 폭력, 전쟁과 같은 경험들을 직접 체험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얼굴을 보고 표정을 보고 들었던 이야기들이 훨씬 와닿고, "정의"라는 주제에 대해서도 보다 실제적인 고민을 하게끔 만들었던 것 같다.
또 내가 쓴 기사들 중 나름대로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기사는 ㅡ 당시 내가 공부했던 캐나다 전문대 부근에 있었던 비영리단체의 활동에 대한 기사였다. 캐나다, 하면 막연히 우리나라보다 중산층이 두텁고, 우리나라나 미국보다 소득세 등을 많이 부과해서 상대적으로 사회주의적인 색채가 짙은 나라, 라고만 생각했는데 ㅡ 캐나다는 캐나다대로 국민들 사이에서 각종 정신질환 문제, 이로 인한 자살율의 문제, 가난의 문제가 존재하고 있었고 그러한 문제들을 보다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었다. Rose City Kids라는 이름의 이 비영리단체는 기독교적인 가치를 기반으로 저소득층 가정 자녀들에게 교육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었는데, 이 단체의 설립자, 직원, 자원봉사자, 이 단체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아이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하면서 알콜중독부모, 가정 폭력 등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 지역사회의 문제 일면을 볼 수 있었다.
30대 초반의 내가 돌이켜 생각하니 ㅡ 20대 중반의 나이에, 나름대로 부모님과 친구들이 인정해주던 대기업을 뛰쳐나와, 캐나다에서 기자를 해보겠다고 설쳐댔던 나 자신이 너무도 무모하게 생각이 된다. 그치만 그러한 어리석음이랄까 무모함을 20대에 발휘하지 않으면 또 언제 발휘해봤겠나 싶기도 하고... 이제는 30대이니까 보다 현실적이고 안정적으로 나의 커리어와 신념들을 차근차근 실현시켜 나가고픈 소망이 강렬해진다.
직장생활을 하며 로스쿨 입시를 준비하는 이들도 많기에 ㅡ 깔끔하게 퇴사를 감행하고 공부에만 몰두하는 하루하루가 어찌 보면 참 사치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익숙하지 않은 공부가 무척 지리하고 갑갑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결과가 어찌 될지는 오직 하나님만이 아시는 거지만 일단 최선을 다하는 가운데 하루하루 감사하게 생활하며 ㅡ 20대 초반부터, 아니 어쩌면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읽으면서 데모스테네스의 웅변의 힘에 열광하고, 고귀한 신분으로 안락한 삶이 보장돼 있으면서도 평민들을 위해 살았던 그라쿠스 형제들을 보면서 존경심을 품었던 아주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사회 정의 실현 이런 것들을 동경하면서 자랐었는데... 이제는 나 하나의 힘으로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느니 그런 허무맹랑한 생각을 하지는 않지만 동시에 ㅡ 아주 미력하게나마 나 자신만이 아니라 타인과 공동체를 위하여 살 수 있는 직업인이 되기를 소망하면서 ㅡ 그러한 소망을 잃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하면서 공부를 하고 싶고 일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