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원 일을 그만둔 게 7월 중순이었으니깐, 백수 생활 3개월을 가득 채웠다.
고등학교를 그만둔 이후로 나는 조금의 공백도 참지 못하고 항상 종종거리면서 살아온 것 같은데, 이상하게 요즘의 백수 생활은 왜 이렇게.... 마음이 편하지ㅋㅋㅋ
물론 KPR 인턴 자리에 대해 내심 기대감이 있었기에, 제대로 된 탈락 통보조차 받지 못하고 혼자서 탈락을 자각했을 때는 많이 아쉬웠다 ㅠㅠ 그리고 앉아서 곰곰이 생각했다. 아니, 그래도 정규직 AE 자리도 아니고 6개월 인턴 ㅡ 정규직 전환 100% 보장도 아닌 ㅡ 자리인데 떨어지다니! 작금의 취업 시장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과열 상태인건가! 나 자신의 스펙에 대해 지나친 자신감을 가졌었나? 도대체 눈높이를 어디까지 낮춰야 한단 말인가!
이런 생각들이 이어지다보니 곧 매우 익숙한 정신상태 ㅡ 초조, 불안, 긴장을 동반한 약간의 분노. 뭐야 이건 해도 해도 너무 하잖아! ㅡ 에 이르렀지만 예전보다는 훨씬 빨리 마인드컨트롤이 되는 것 같다. 머~ 굶어 죽지만 않으면 됐지. 정말 그렇다. 굶어 죽지만 않으면 됐지. 그래도 어쨌거나 살아야 하니깐.
물론 타국에서 경제지 기자로 일하고 싶었던 그 거 참 거창했던 꿈 ㅡ 그건 오래전 첫사랑처럼(그렇다, 딱 <건축학개론>의 수지 이미지다! 가질 순 없지만 가슴 한켠에 고이 품어두고 가끔 꺼내보는 것만으로 왠지 흐뭇해지는.. 절대로, 절대로 잊어버릴 수 없는 나의 첫사랑) 누구도 건드릴 수 없게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꼭꼭 묻어두었지만.. 첫사랑 땜에 죽을 때까지 평생 가슴앓이하면서 시집장가 못가는 사람 없듯이, 나도 뭐 새로운 살 길을 찾아가게 되어있는 거니깐..
아마도 일단은 그래도 좀 "있어 보이고" "괜찮아 보이는" 회사들 위주로 쓰다가 안되고 안되고 계속 안되면 점점 눈높이를 낮추어 가다가 딱! 만나지는 지점이 있겠지. 내가 할 일은 가급적이면 투입하는 시간&비용 대비 가장 "경제적으로" 그 지점을 찾아내는 것이다. (자원은 희소하니까요)
암튼.. 전처럼 혼자 패닉하지 않고 비교적 깊은 물처럼 고요하고 잠잠하게(?) 편안하게 백수 기간을 보내고 있으니 훔 신기방기하기도 하면서 이렇게 무뎌지는 것 ㅡ 이것이야말로 나이 들어가는 가장 뚜렷한 징후인 것인가.. 왠지 씁쓸~하기도 허다. (걍 욕심을 버리니 즐거워진 것인가요?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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