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살 때 수능 끝나고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는데, 커피숍을 오픈하기 직전 아르바이트생들을 모아놓고 "일일 바리스타 교육" 같은 것을 했다. (우리가 커피를 만들어서 팔아야 하니깐..)
그때 바리스타 선생님이 직접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면서, "이 커피 원액이라는 게, 이것만으로는 사실 엄청나게 쓴 거에요. 봐요, 먹어 보세요." 시럽이나 우유 한방울 섞이지 않은 추출액이니 쓰디 쓸 수 밖에.
"근데 이게 참 희한한게, 여기에 시럽이랑 우유랑 그런 걸 적절한 비율로 넣어주면 커피의 쓴맛은 느껴지지 않고 완전히 새롭게, 맛있게 되는 거에요. 신기하죠?"
거의 10년이 지난 이 기억이 문득 떠오르면서, 아, 노동이라는 게 딱 에스프레소 같은 거 아닌가! 일하는 것 자체는 쓰디 쓰다. 그런데 이게 "여가"라는 시럽이나 우유가 적절한 비율로 들어가면 참 맛이 좋다, 활력도 주고.
그래서 일과 삶의 균형이 "적절한 비율"을 유지하는 북유럽 등의 선진국가에서는 대체로 산다는 게 잘 만든 커피처럼 "맛있다." 한국 같은 워커홀릭 국가에서는 산다는 게 대개 쓰디쓴 거고.
뭐, 사실 단맛이라고는 1%도 들어가지 않은 에스프레소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다. 근데 난 적절히 시럽도 들어가고 휘핑크림도 듬뿍듬뿍 올라간 카페 모카가 제일 좋은데. 요즘은 에스프레소 없이 시럽이랑 우유만 맨날 처묵처묵해서 "아, 여기에 에스프레소 좀 넣었으면" 싶지만 ㅡ 나는 알고 있다. 이제 곧 시럽이랑 우유 없이 "에스프레소만" 처묵처묵해야 할 나날들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우엑 생각만 해도 너무 쓰당 ㅡ ㅅ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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