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그녀는 너무 예뻤다 그래서 더 슬펐다"

alicia87 2014. 10. 12. 04:35

지금 살고 있는 합정동 오피스텔에서는 작년 5월 무렵부터 살기 시작했는데
가끔 골목길에서 술취한 사람들이 고성방가 하는 것 외에는 소음 문제로 고민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복층인데다 집집마다 벽도 꽤 두꺼워 보여서 "음 이곳은 아주 방음이 훌륭한 곳이군"
조만간 부천 본가에 있는 피아노까지 옮겨올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한 두어달 전부터인가, 지금까지 조용하게 지냈던 건 방음이 잘돼서가 아니라 
단지 기존의 이웃이 조용한 이웃이었기 때문임을.... 알게 되었다 ㅠㅠ

어느날 밤늦도록 CPCU 공부를 (사실은 벼락치기를) 하느라 눈썹 휘날리게 학문을 닦고 있는데
으아니 옆집에서 19금 소음이 적나라하게 '0';;;;;;
이 집에서 일년 넘게 살면서 처음 겪은 일이라 처음에는 내 귀를 믿을 수가 없었다;;;; 세상에 만상에 '0';;;;;;;;

민망함에 귀를 틀어 막고 다시 학문에 정진해보려 했지만
도저히 아니 들을 수 없는 격렬한(!) 소리에 
이거 바로 달려나가 조용히 해 달라 항의할 수도 없고 (아 민망해)
몇번을 참다가 인터넷에 찾아보니 보통 그럴 때는 메모를 써서 문에 붙여놓는다고..

왠지 그 방법조차도 너무 민망하게 느껴져서 참다 참다
며칠전, 큰 맘 먹고 연습장 하나를 부욱 찢어 메모를 남겼다. (으아니 이건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하네~~ ㅉㅉ 혀를 끌끌 차며...)
뭐라고 써야 할까 고심하다 최대한 예의바르게 요.점.만 갖추어 민망함을 최소화하자!라는 취지로 고른 문구는 "죄송하지만 소음 좀 자제해주세요" (어떤 종류의 소음을 말하는 것인지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 _ =a)

그 메모를 붙인 후, 소음(!)은 확연히 사라졌는데 
이제는 그 소음(!)을 내지르지 못한 불만을 음악으로써 표출하겠다는 것인지
대충 들어도 상당히 하드코어한 힙합음악을 밤낮 틀어놓아
가만히 집에 앉아 있어도 마치 클럽에 온 듯 심장이 바운쓰바운쓰 'ㅁ';;;;
(이거 혹시 내 메모에 대한 보복인가!!)

저렇게 하드코어한 음악을 들으며 격렬한 소음(!)을 생성하는 여자는 얼마나 기가 세고 무서울까
대충 눈썹에는 반영구 문신 같은 걸 하고 칙칙한 민낯에 왕년에 껌 좀 씹었을 법한 언니를 상상하며
메모를 남길 순 있지만 직접 대면하고 컴플레인하지는 못하겄소 ㅠㅠ 며칠 참다 참다 도저히 못 참겠어서 눈 딱 감고 옆집으로 갔다.

"(띵동~) 옆집인데요~"
"네~ 잠깐만요~"

드디어 그동안 상상으로만 그려왔던 기 센 언니(?)를 만나는구나 또 한 번 심장이 바운쓰바운쓰했는데
세상에~~~
수줍게 문을 열고 나온 아가씨는 척 봐도 나보다 몇살은 어려보였으며
심지어 아오이 유우 같은 느낌의(!) 청순하고 여리여리한 아가씨... (으아니 이렇게 생긴 아가씨가 그런 소음(!)을?????)

"죄..죄송한데 음악 쪼금만.... 여기가 방음이 잘 안되나 봐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 네 죄송합니다 신경쓸게요 잘 몰랐어요 ㅠㅠ"

되려 항의를 하러 건너간 나 자신이 청순한 아오이 유우를 괴롭히는 기 센 언니의 느낌이 들어 말까지 더듬더듬....'ㅁ';;;;;;

내 방으로 돌아와서도 쉽게 충격이 가시지 않았다.... 세상에 아오이 유우를 닮았어.... 아오이 유우......

아무튼 하드코어한 힙합음악 소리는 바로 잦아들었고
소음(!)도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ㅠㅠ 애써 음악을 틀거나 다른 일에 집중하면 아니 들을 수 있다 ㅎㅎㅎㅎㅎㅎ '_';;;;;;

아무튼 아오이 유우..... 그녀는 정말 아오이 유우를 닮았다..... 아직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