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세상을 변화시킬 힘을 달라고

alicia87 2014. 10. 22. 22:53



내가 젊었을 때는 세상을 변화시킬 힘을 달라고 신께 기도했다. 

하지만 중년이 되었을 때 인생이 얼마나 덧없이 흘러가는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작은 시도로 나와 가장 가까운 내 가족을 변화시키겠다고 마음을 정했다. 
그러나 아아, 아무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자리에 누운 나는 문득 깨닫는다. 
만약 내가 내 자신을 먼저 변화시켰더라면, 그것을 보고 내 가족이 변화되었을 것을, 
또한 그것에 용기를 얻어 내 나라를 더 좋은 곳으로 바꿀 수 있었을 것을, 
그리고 누가 아는가! 세상까지도 변화되었을지.......


- 이슬람의 성자, ‘수퍼 바야지드’ 


많은 기자 지망생들이 그러하듯이.. 나 역시 글을 써서 세상을 바꾸어 보겠다, 라는 지극히 젊은이다운 패기와 열망이 넘쳤던 것 같다. 무언가 사회에서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어야만 사회를 바꿀 수 있고, 부조리도 바로 잡을 수 있고. 억울한 사람들 안 억울하게 할 수 있고.

단순한 체념인지, 경험으로부터 체득한 지혜인지 모르겠지만 ㅡ 현재 내 결론은 그냥 내가 있는 그 자리에서 따뜻한 사람, 좋은 사람이 되면 된다는 것이다. 사실 그것도 쉽지 않다, 라는 것이다. 내가 만약 전 직장에서 좋은 사람, 따뜻한 사람이 되기 위해 좀 더 노력을 기울였더라면..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과부하가 걸린 당장 내 옆의 사람에게 따뜻한 커피 한 잔이라도 건넬 줄 알고, 한 마디 농담이라도 먼저 던지면서 웃게 만들 줄 알았다면. 정말 많은 것이 달랐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소수의 뛰어난 사람들이 나를 대신해서 세상을 더 좋게 바꾸어주겠지, 라는 믿음. 그 환상. 거기에 젖어 평범한 나 같은 사람은 역시 아무것도 할 수 없겠지, 그런 무관심. 그거, 무서운 것 같다. 그게 사람을 무책임하게 만들고 무감각하게 만든다. 서로가 서로를 소외시키는 것 같다.

일단 내가 있는 자리에서 좋은 사람이 될거다. 일도 열심히 하겠지만 무엇보다 따듯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할거다. 박완서 작가가 말한 순수 ㅡ "더럽고 끔찍한 것에 물들지 않고 자신의 할 일을 묵묵히 하는, 그리고 눈앞의 이득을 따라서 옳지 않은 길을 선택하지 않는 강한 마음" 그걸 다시 살려내기 위해 하루하루 노력할 거다. 정말 정말.